안녕하세요,
최근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열린 시국발언대에서 발언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이 날 시국발언대 발언 주제가 "퇴진 너머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였어서 글이 이렇게 나왔어요.
요약하자면 제가 바라는 세상은 질문이 두렵지 않은 세상입니다.
안녕하세요, ㅇㅇㅇㅇㅇ에서 활동하고 있는 ㅇㅇ라고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 말씀을 들으면서 그간 감동받기만 하다가, 자유발언을 오늘 처음 해보는데요.
먼저, 이 기회가 아니었어도 우리는 언젠가 지금의 연대를 만들어냈겠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여성, 농민,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의 화합의 장을 만들어주신 윤석열 정부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틀 전 백골단을 하위조직으로 둔 반공청년단의 창립 기자회견을 주선해준 여당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저희를 더욱 뭉치게 해주시네요. 저희가 윤정부 하에서 각개전투를 할 때에는 사회 곳곳에서 우리 모두의 존엄과 인권, 생존을 위해 싸워주시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은데요, 저희를 만나게 해주시고 네트워킹하게 해주셔서 아이러니하게도 참 힘들기도 하지만, 감사하기도 한 요즘인 것 같습니다. 집회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윤석열 퇴진 이후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세계는 윤석열 하나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오지 않습니다. 이 세상은 윤석열로 대표되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 자본주의, 학벌주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가족중심주의, 이성애중심주의, 외모지상주의, 연령차별주의, 서울중심주의, 인간중심주의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퇴장한 세상입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꿈꾸는 세상, 평등한 세상, 차별 없는 세상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가 사는 편견 짙은 사회에서, 상대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거라 짐작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우리는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회사를 다닙니까?"
"거기 연봉은 얼마죠?”
“당신은 무슨 대학을 나왔나요?”
“당신은 고졸입니까?”
“당신은 누구와 같이 삽니까?”
“왜 결혼하지 않죠?”
“당신은 왜 아이를 낳지 않습니까?”
“당신은 [남자]친구가 있습니까?”
"당신의 성별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몸무게는 몇 kg이죠?” "키는요?"
"당신은 몇 살입니까?"
“당신은 어디에 삽니까? 그곳은 아파트입니까?”
요즘 사실은 많이 듣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광장이 변화발전해온 것처럼, 사람들의 인식수준도 높아졌고, 배울수록 서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드는 사회라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저는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평가하기 위해 묻고 대답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런 질문을 아무런 편견 없이 던질 수 있는 사회가 왔을 때 듣고, 질문하고 싶습니다.
어떤 질문을 통해 누군가를 한 번 더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와 학벌주의 사회가 아니라면, 우리가 나온 고등학교와 대학교, 다니는 회사와 연봉, 사는 지역과 부동산 유형에 대해서 누가 뭐라고 생각을 할까요? 돈보다, 학력보다 가치있는 것들이 넘쳐날텐데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면, 비혼족, 딩크족, 동거가정, 이혼가정, 소년소녀가장, 입양아, 혼외자, 독립출산아동이 있는 가정에 하는 많은 질문이 “실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관심"의 표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에 대해 밝히는 것이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질문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아지는 세상을 원합니다. 어떤 질문은 스몰토크 하듯이 가볍게 넘기고, 어떤 질문을 통해서는 서로에 대해 더 살뜰히 알고, 내 친구의 상황에 필요한 것을 더 다정히 챙겨주고,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세상을 원합니다. 윤석열 퇴진 후에 우리 삶을 각박하게 만드는 다른 모든 것들을 퇴장시키는 그 날까지, 함께 투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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